공지사항 겸 방명록 고뇌하는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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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니노] 10년, 그리고 2년 -2 아아라(겨우)

예전이 떠올랐다.

내가 처음 너에게 수줍게 웃으며 고백한 날. 목까지 올라오는 교복 단추를 서너 개 푸른 채, 내 앞에서 당황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듣던 너. 부여잡은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내 얼굴을 바라보다, 간신히 숨을 삼킨 내 앞에서 고맙다고, 알겠다고 대답한 너. 그때가 떠오른다. 잡힌 오른손을 내버려 둔 채, 왼손으로 내 뺨을 쓰다듬던 그 손길이 기억난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당황한 내 앞에서 당황한 기색이 사라진 너는 마냥 웃고 있었다.

그 음식점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길에서 내 옷깃을 살짝 잡고 사실은 내가 널 꼬셨다고 말하던 너. 그 말을 하며 부끄럽게 웃던 너를 와락 안아버린 채 나눴던 그날의 뜨거운 입맞춤. 헤어지기 싫어 자꾸만 느려지는 발걸음. 아쉽게 바라보던 날 보며 활짝 웃으며 대학생이 되면 함께 살자던 약속.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고, 헤어진 우리. 그래, 너와 난 헤어졌지. 아무리 추억에 뜨거운 물을 부어 데워도 그 추억이 점점 식어가. 난 어쩌면 좋지-? 응, 카즈? 대답해줘-

*                                                *                                            *

"연락처?"

난감하게 웃으며 카즈나리가 사쿠라이를 본다. 곧이어 따라오는 당황한 표정. 사쿠라이가 약간 고개를 갸웃했다. 왜, 왜 그러지-?

"그거... 무슨 의미야?"

의미? 지금 네가 나에게 의미를 말하는거야? 당연히- 다시 시작하자는 건데...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무언가 어긋날 것 같은 느낌에 사쿠라이가 주저했다. 카즈나리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사쿠라이를 보았다. 사쿠라이는 불안해졌다. 저런 표정 뒤에는 늘 폭탄 선언을 했었다. 일을 시작한다든가, 바빠져서 너와 여행을 갈 수 없다든가, 떼를 쓴다든가, 아무튼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데. 이번에는... 이번에는 대체 뭘까.

"쇼짱."
"응?"
"그때가 끝이라고, 그랬잖아."
"날...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했잖아..."
"하지만 우리는 그때가 끝인거야. 이렇게 만나서도 안 돼. 안 돼, 쇼짱."
"왜... 왜? 후회 많이 했어. 바보같다고, 미쳤다고 나 자신을 자학하고 또 자학했어. 고작 2년이지만 나에게는 지옥같았어. 이제서야 널 만났는데 지금 나보고 포기하라는거야?"
"하지만 쇼짱. 나... 결혼했어."

...결혼? 멍해진 사쿠라이의 위로 카즈나리의 말들이 쏟아져 내렸다. 

"나, 결혼했어. 일년 정도 됐고. 좋은 사람이야."

사쿠라이의 눈동자가 멍하니 카즈나리를 보았다. 사위가 조용해졌다. 사쿠라이의 귓가에 결혼이라는 단어가 울리고 있었다. 그래, 정말로 넌 나 없이 살 수 있구나. 그렇게 살았구나. 난 너 없이는 못산다고, 그렇게 잊으려 해도 잊혀지지 않아 고생하고 힘겨워했는데 넌 이렇게 잘 살고 있구나. 불쑥 심술이 돋아났다.

"연락처 줘."

나만, 왜 나만 이래야 해- 그런 마음이었다. 나만 잊지 못하고, 나만 힘들고, 나만 지옥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그렇게 사쿠라이는 생각했다. 그래서 심술을 부렸다. 연락처를 달라고. 분명 저 착한 사람은 나와 연락하기 시작하면 죄책감에 계속 사로잡혀있겠지.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서슴없이 둘 다에게 잘해주겠지만 마음 속으로는 계속 괴로워할거야. 그걸 잘 아는 사쿠라이는 핸드폰을 꺼내 니노미야에게 내밀었다.

"줄 수 없다니까."
"친구 하자."

불쑥 말한 사쿠라이. 난감한 표정의 니노미야.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했다.

"나도 접을 테니까, 친구 하자. 남들이 보기에도, 그저 친한 친구일 뿐이었잖아. 그 사이로 돌아가자."
"하지만-"
"네 행복한 모습 보면서, 나도 조금만 그 행복을 나눠 가지고 싶어. 네 행복한 모습을 보면, 나도 정말로 마음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

지금 하는 말은 거짓말이다. 하지만 조금은 진짜가 되길 바라며 사쿠라이가 간절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그 세월이 한순간에 사라지지 않지만- 내가 사랑했던..."

사쿠라이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니노미야가 본능적으로 알아 차렸다. 사실은 지금도 사랑하는. 니노미야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사쿠라이의 마음이 전해져 와서, 본인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니노미야라고 쉬웠을까. 그렇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고하고, 1년을 보내고, 결혼하고, 이렇게 다시 만나기까지- 니노미야도 쉽지 않았다. 결코, 쉽지 않았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행복하다면 나도 행복... 행복할거야."

떨리는 목소리로, 눈을 깜빡여 눈물을 없애버리면서, 흐르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면서 사쿠라이가 말했다. 니노미야가 말끔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사쿠라이는 고개를 돌렸다.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니노미야는 사쿠라이가 내민 폰을 잡고 폰 번호를 입력했다. 사쿠라이가 저장하는 것을 보던 니노미야가 조금은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며 일어섰다.

"연락해."

다른 말도 하고 싶었다. 상한 얼굴이라든가, 빠진 살이라든가, 아직도 그 집에 살고 있느냐는 말이라든가, 아직도 바쁘게 일하는지... 물어보고 싶은 말은 산더미였다. 하지만 니노미야는 그대로 밖에 나갔다. 그리고 창피하다 생각하면서도, 조용히 흐느꼈다.

그때 그 마음이 다시 오진 않을테니까. 이미 끝나버린 우리는, 그저 끝났을 뿐이니까...

*                                            *                                             *


[사쿠니노] 10년, 그리고 2년 -1 아아라(겨우)

캄캄한 밤, 귀여운 손가락을 내뻗으며 너는 나에게 감겨들었다. 내가 살풋 웃자, 그 사람도 웃었다. 소년같기도 하고, 아이같기도 한 미소. 저거 분명 스물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데. 참... 너 어려보여, 하고 투덜대자 그 사람이 또 웃는다. 그 소년같은 분위기에 언제나 나는 위안받고 있다. 넌 언제나 여기서 날 기다려 주겠지. 변하지 않겠지. 세상 모두가 변해도 넌 변하지 않을거야. 그 믿음이 날 얼마나 버티게 하는지... 손을 들어 그 사람의 머리카락 속으로 찔러 넣는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만지작대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하는 투정섞인 그 사람의 말. 응, 네 생각. 눈앞에 있는데 또 무슨 생각을 하는건데- 하며 피식 웃는다. 내가 어이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아아, 가슴이 아프다. 내 눈앞에 네가 있는데 왜 어째서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네가 사라질 것 같은 이런 기분에, 이런 공기가... 가슴이 아프다. 살짝 미간을 찌푸리자 걱정스럽게 물어 온다. 무슨 걱정 있어-? 아니. 고개를 가로젓고 살짝 강하게 껴안는다.

"영원이- 있다고 믿어?"
"난 무엇이든 영원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말야. 뭐든지 끝은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순간이 불행한 것은 아냐. 난 이 순간이 즐겁고 행복해. 끝이 있으니- 지금이 더욱 행복해.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으니까."
"그래서 넌 항상 신기루처럼 그렇게 존재하는구나."
"...응?"

그래, 그래서 넌 항상 그렇게 신기루처럼 존재하는구나. 그 자리에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 내 옆에 있지만 언젠가는 다가올 끝으로. 너와 내가 이대로 영원할 수가 없지. 생이 끝나는 날까지 산다고 해도 둘 중 누군가는 죽을 테니까. 그 전에 헤어질수도 있겠지. 두 손으로 이 사람의 얼굴을 부여잡고 가볍게 키스한다.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는 내 연인, 끝이 있으니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한 내 연인. 널 안지 십년이나 되었는데 너는 아직도 알 수가 없다. 평생을 함께하면 알 수 있을까.

...아마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네 모든 것이 알고 싶은데, 내 바람은 그거 하나 뿐인데- 네 모든 것은 여전히 숨겨져 있다. 씁쓸한 내 표정을 알아차렸는지 그의 몸이 내 몸에 더욱 밀착되어 온다. 꼭 끌어안으면서 나는 또 한번 뇌까렸다. 아마도, 알 수 없을거야. 아마도, 알 수 없을거야...


*                          *                            *

악몽을 꿨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사쿠라이는 그대로 숨을 몰아쉬며 아까의 꿈을 기억하려 애썼다. 하지만 기억나지 않았다. 단지 그 음울한 분위기와, 미친 듯이 뛰던 자신만 기억날 뿐이었다. 한숨을 뱉어내면서 사쿠라이는 애틋한 손길로 옆을 쓸어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에이, 무슨 꿈을 꿨길래 그래- 하고 깔깔거리고 웃던 자신의 연인은, 여전히 없었다. 그 사실에 또다시 가슴이 아파와서 살짝 인상을 썼다. 목이 마르다. 일어나서 부엌으로 가 물을 마셨다. 시계를 흘깃 보니 새벽 4시다. 아, 7시에는 출근해야하는데... 이대로 다시 잠들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일을 할 것인지 잠시 고민했다. 한숨을 한번 더 뱉어내며 사쿠라이는 거실로 가 노트북의 전원을 켰다. 일이나 해야지. 지금 잠들어봤자 또 악몽이나 꿀 게 뻔한걸. 부팅이 끝난 컴퓨터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폴더를 열었다. 그 파일이 여기에 있었는데- 이상하다, 없네- 고개를 갸웃하던 사쿠라이가 폴더 속성에 가서 숨김 파일을 볼 수 있도록 했다. 혹시 이러면 나타날지도 몰라, 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헌데 나타난 것은 전혀 엉뚱한 파일 이름이었다.

'쇼짱, 일 그만하고 얼른 밥먹어!' '진짜 좋아해' '뭐야, 아직도 발견하지 못한거야?' '사랑해, 쇼짱'

눈 앞이 부옇게 흐려졌다. 툭, 하고 방울 방울 떨어진다. 슬그머니 다가와서 껴안던 그 사람의 손길이 기억나서 더 눈물이 났다. 우리가 사랑한 사실은 흐려졌는데, 왜 이렇게 너는 살아 있는 거야- 그렇게 그 사람을 원망하며 사쿠라이는 감정을 추스렸다. 울지 말자. 이건 내가 아냐. 그렇지 않아도 아침에는 얼굴이 붓는데, 울면 더 심해질거야. 그러지 말자. 사쿠라이는 계속 그렇게 되내면서 욕실에 가서 얼굴을 씻었다.

어느새 동이 터 오고 있었다. 사쿠라이는 욕실에서 나와, 자꾸 흐려지는 눈 앞을 닦아가며 아침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얼굴이 붓는 것을 신경쓰면서.

*                              *                     *

"사쿠라이상- 왜 이렇게 얼굴이 부은 거에요?"

앞에서 깔깔대며 묻는 팀원들은 여전히 사쿠라이를 놀렸다. 사쿠라이가 쓰게 웃으며 그만 하라고 하자 다들 신이 났는지 몇번 더 놀리다가 다시 일로 넘어갔다. 진지하게 토론하는 팀원들과 함께 토론한 뒤 결론을 내고, 부장은 사쿠라이를 불러 서류를 건네주며 말했다.

"사쿠라이상, 이 서류 좀 NH에 넣어줬으면 합니다. 갈 시간이 없네요, 제가. 부탁하겠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서류를 들고 회사를 나섰다. NH는 어디로 가야 하더라... 아, 저쪽이던가. 사쿠라이는 매번 다니던 익숙한 길 말고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그 쪽이 지름길이라고 전에 쿠미코씨가 말해 줬었지. 사잇길로 접어들며 사쿠라이는 조금 황당한 기분을 느껴야했다. 그때 말 해 준 것과는 다르게 조금 더 길이 복잡했다. 기억을 헤집으며 두 번째 골목길로 꺾어들어간 그때, 사쿠라이에 눈에 익숙한 사람이 들어왔다.

마른 몸매, 약간 굽은 등, 하얀 목덜미.

"카즈..?"

희미하게 뱉은 말. 사쿠라이의 눈동자가 아프게 젖어들었다. 그 사람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대로 멈춰 선 그가, 사쿠라이를 보고 있었다. 사쿠라이는 애달프게 그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카즈- 보고싶었어- 하지만 '카즈'라 불린 그 사람은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고, 그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었다. 사쿠라이가 그 사람을 향해 한 발자국 나아갔다.

날- 다시 봐줘.
쇼짱, 하고 부르던 네 목소리가 다시 듣고 싶어-

커다란 갈색 눈동자에 사쿠라이의 모습이 가득 담겼다. 이리저리 굴리는 눈동자. 사쿠라이의 눈이 또다시 흐려졌다. 부풀어올랐다 툭, 하고 떨어진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저 사람은 그대로 멈춰 서 있었다. 사쿠라이가 다가가서 안을 때까지도 그 사람은 가만히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카즈가 몸을 밀어냈다. 사쿠라이가 카즈를 보았다. 카즈나리가 손을 잡고 사쿠라이를 이끌었다. 사쿠라이는 가만히 그런 그를 따라갔다. 눈물 때문에 흐려지는 눈을 크게 뜨며, 카즈나리를 따라 간 곳은 근처의 까페였다. 사쿠라이와 마주 앉은 그는, 잠시 숨을 골랐다. 사쿠라이의 머릿속에 수만가지 말들이 떠올랐다. 무슨 말을 할까. 오랜만이라고? 우린 예전에 끝난 사이라고? 다신 봐선 안된다고? 이게 끝이라고? 다시는 볼 수 없을거라 했는데 이렇게 다시 보네, 그런 식의 말일까? 아니면....

"왜 이렇게 말랐어, 쇼짱."

다정한 목소리에 왈칵 눈물이 나온다. 카즈나리가 희미하게 웃으며 사쿠라이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못 본 새 눈물이 많아졌네. 이런 사람 아니었는데."

너 때문이야. 왈칵 눈물이 터진다. 그 사람이 장난꾸러기처럼 웃으며 부정한다. 나 때문 아니잖아-

"네가 원인이야. 네가 원인이라고."
"이런, 완전 떼쓰기는."

카즈나리가 웃으며 사쿠라이의 옆에 와서 안아 주었다. 울보에 어린아이같은 쇼짱이라- 그것도 좋잖아. 평온한 그의 목소리에 사그러들던 울음이 또 왈칵 터졌다. 그래. 너구나. 너 맞구나. 여전히 변하지 않은 너야-

"쇼짱, 얼굴 붓겠다."
"시끄러."

에헤헤, 하고 웃는 그. 여전히 어른과 소년의 경계를 넘나느는 표정. 얼굴. 정말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사쿠라이는 안심한 채 그를 계속 껴안고 있었다. 그가 웃었다.

"이제 나가야지. 쇼짱도, 나도 할 일이 있잖아."
"연락처는-?"
"연락처?"

난감한 얼굴. 사쿠라이는 그 사람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가 사쿠라이를 바라보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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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 2편은 어디에 있더라... 아오, 정말 연성하기 힘들다. ㅠㅠ 더 길고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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