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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한 밤, 귀여운 손가락을 내뻗으며 너는 나에게 감겨들었다. 내가 살풋 웃자, 그 사람도 웃었다. 소년같기도 하고, 아이같기도 한 미소. 저거 분명 스물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데. 참... 너 어려보여, 하고 투덜대자 그 사람이 또 웃는다. 그 소년같은 분위기에 언제나 나는 위안받고 있다. 넌 언제나 여기서 날 기다려 주겠지. 변하지 않겠지. 세상 모두가 변해도 넌 변하지 않을거야. 그 믿음이 날 얼마나 버티게 하는지... 손을 들어 그 사람의 머리카락 속으로 찔러 넣는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만지작대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하는 투정섞인 그 사람의 말. 응, 네 생각. 눈앞에 있는데 또 무슨 생각을 하는건데- 하며 피식 웃는다. 내가 어이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아아, 가슴이 아프다. 내 눈앞에 네가 있는데 왜 어째서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네가 사라질 것 같은 이런 기분에, 이런 공기가... 가슴이 아프다. 살짝 미간을 찌푸리자 걱정스럽게 물어 온다. 무슨 걱정 있어-? 아니. 고개를 가로젓고 살짝 강하게 껴안는다.
"영원이- 있다고 믿어?"
"난 무엇이든 영원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말야. 뭐든지 끝은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순간이 불행한 것은 아냐. 난 이 순간이 즐겁고 행복해. 끝이 있으니- 지금이 더욱 행복해.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으니까."
"그래서 넌 항상 신기루처럼 그렇게 존재하는구나."
"...응?"
그래, 그래서 넌 항상 그렇게 신기루처럼 존재하는구나. 그 자리에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 내 옆에 있지만 언젠가는 다가올 끝으로. 너와 내가 이대로 영원할 수가 없지. 생이 끝나는 날까지 산다고 해도 둘 중 누군가는 죽을 테니까. 그 전에 헤어질수도 있겠지. 두 손으로 이 사람의 얼굴을 부여잡고 가볍게 키스한다.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는 내 연인, 끝이 있으니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한 내 연인. 널 안지 십년이나 되었는데 너는 아직도 알 수가 없다. 평생을 함께하면 알 수 있을까.
...아마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네 모든 것이 알고 싶은데, 내 바람은 그거 하나 뿐인데- 네 모든 것은 여전히 숨겨져 있다. 씁쓸한 내 표정을 알아차렸는지 그의 몸이 내 몸에 더욱 밀착되어 온다. 꼭 끌어안으면서 나는 또 한번 뇌까렸다. 아마도, 알 수 없을거야. 아마도, 알 수 없을거야...
* * *
악몽을 꿨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사쿠라이는 그대로 숨을 몰아쉬며 아까의 꿈을 기억하려 애썼다. 하지만 기억나지 않았다. 단지 그 음울한 분위기와, 미친 듯이 뛰던 자신만 기억날 뿐이었다. 한숨을 뱉어내면서 사쿠라이는 애틋한 손길로 옆을 쓸어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에이, 무슨 꿈을 꿨길래 그래- 하고 깔깔거리고 웃던 자신의 연인은, 여전히 없었다. 그 사실에 또다시 가슴이 아파와서 살짝 인상을 썼다. 목이 마르다. 일어나서 부엌으로 가 물을 마셨다. 시계를 흘깃 보니 새벽 4시다. 아, 7시에는 출근해야하는데... 이대로 다시 잠들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일을 할 것인지 잠시 고민했다. 한숨을 한번 더 뱉어내며 사쿠라이는 거실로 가 노트북의 전원을 켰다. 일이나 해야지. 지금 잠들어봤자 또 악몽이나 꿀 게 뻔한걸. 부팅이 끝난 컴퓨터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폴더를 열었다. 그 파일이 여기에 있었는데- 이상하다, 없네- 고개를 갸웃하던 사쿠라이가 폴더 속성에 가서 숨김 파일을 볼 수 있도록 했다. 혹시 이러면 나타날지도 몰라, 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헌데 나타난 것은 전혀 엉뚱한 파일 이름이었다.
'쇼짱, 일 그만하고 얼른 밥먹어!' '진짜 좋아해' '뭐야, 아직도 발견하지 못한거야?' '사랑해, 쇼짱'
눈 앞이 부옇게 흐려졌다. 툭, 하고 방울 방울 떨어진다. 슬그머니 다가와서 껴안던 그 사람의 손길이 기억나서 더 눈물이 났다. 우리가 사랑한 사실은 흐려졌는데, 왜 이렇게 너는 살아 있는 거야- 그렇게 그 사람을 원망하며 사쿠라이는 감정을 추스렸다. 울지 말자. 이건 내가 아냐. 그렇지 않아도 아침에는 얼굴이 붓는데, 울면 더 심해질거야. 그러지 말자. 사쿠라이는 계속 그렇게 되내면서 욕실에 가서 얼굴을 씻었다.
어느새 동이 터 오고 있었다. 사쿠라이는 욕실에서 나와, 자꾸 흐려지는 눈 앞을 닦아가며 아침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얼굴이 붓는 것을 신경쓰면서.
* * *
"사쿠라이상- 왜 이렇게 얼굴이 부은 거에요?"
앞에서 깔깔대며 묻는 팀원들은 여전히 사쿠라이를 놀렸다. 사쿠라이가 쓰게 웃으며 그만 하라고 하자 다들 신이 났는지 몇번 더 놀리다가 다시 일로 넘어갔다. 진지하게 토론하는 팀원들과 함께 토론한 뒤 결론을 내고, 부장은 사쿠라이를 불러 서류를 건네주며 말했다.
"사쿠라이상, 이 서류 좀 NH에 넣어줬으면 합니다. 갈 시간이 없네요, 제가. 부탁하겠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서류를 들고 회사를 나섰다. NH는 어디로 가야 하더라... 아, 저쪽이던가. 사쿠라이는 매번 다니던 익숙한 길 말고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그 쪽이 지름길이라고 전에 쿠미코씨가 말해 줬었지. 사잇길로 접어들며 사쿠라이는 조금 황당한 기분을 느껴야했다. 그때 말 해 준 것과는 다르게 조금 더 길이 복잡했다. 기억을 헤집으며 두 번째 골목길로 꺾어들어간 그때, 사쿠라이에 눈에 익숙한 사람이 들어왔다.
마른 몸매, 약간 굽은 등, 하얀 목덜미.
"카즈..?"
희미하게 뱉은 말. 사쿠라이의 눈동자가 아프게 젖어들었다. 그 사람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대로 멈춰 선 그가, 사쿠라이를 보고 있었다. 사쿠라이는 애달프게 그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카즈- 보고싶었어- 하지만 '카즈'라 불린 그 사람은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고, 그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었다. 사쿠라이가 그 사람을 향해 한 발자국 나아갔다.
날- 다시 봐줘.
쇼짱, 하고 부르던 네 목소리가 다시 듣고 싶어-
커다란 갈색 눈동자에 사쿠라이의 모습이 가득 담겼다. 이리저리 굴리는 눈동자. 사쿠라이의 눈이 또다시 흐려졌다. 부풀어올랐다 툭, 하고 떨어진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저 사람은 그대로 멈춰 서 있었다. 사쿠라이가 다가가서 안을 때까지도 그 사람은 가만히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카즈가 몸을 밀어냈다. 사쿠라이가 카즈를 보았다. 카즈나리가 손을 잡고 사쿠라이를 이끌었다. 사쿠라이는 가만히 그런 그를 따라갔다. 눈물 때문에 흐려지는 눈을 크게 뜨며, 카즈나리를 따라 간 곳은 근처의 까페였다. 사쿠라이와 마주 앉은 그는, 잠시 숨을 골랐다. 사쿠라이의 머릿속에 수만가지 말들이 떠올랐다. 무슨 말을 할까. 오랜만이라고? 우린 예전에 끝난 사이라고? 다신 봐선 안된다고? 이게 끝이라고? 다시는 볼 수 없을거라 했는데 이렇게 다시 보네, 그런 식의 말일까? 아니면....
"왜 이렇게 말랐어, 쇼짱."
다정한 목소리에 왈칵 눈물이 나온다. 카즈나리가 희미하게 웃으며 사쿠라이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못 본 새 눈물이 많아졌네. 이런 사람 아니었는데."
너 때문이야. 왈칵 눈물이 터진다. 그 사람이 장난꾸러기처럼 웃으며 부정한다. 나 때문 아니잖아-
"네가 원인이야. 네가 원인이라고."
"이런, 완전 떼쓰기는."
카즈나리가 웃으며 사쿠라이의 옆에 와서 안아 주었다. 울보에 어린아이같은 쇼짱이라- 그것도 좋잖아. 평온한 그의 목소리에 사그러들던 울음이 또 왈칵 터졌다. 그래. 너구나. 너 맞구나. 여전히 변하지 않은 너야-
"쇼짱, 얼굴 붓겠다."
"시끄러."
에헤헤, 하고 웃는 그. 여전히 어른과 소년의 경계를 넘나느는 표정. 얼굴. 정말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사쿠라이는 안심한 채 그를 계속 껴안고 있었다. 그가 웃었다.
"이제 나가야지. 쇼짱도, 나도 할 일이 있잖아."
"연락처는-?"
"연락처?"
난감한 얼굴. 사쿠라이는 그 사람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가 사쿠라이를 바라보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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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 2편은 어디에 있더라... 아오, 정말 연성하기 힘들다. ㅠㅠ 더 길고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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